2009. 12. 『지역문화 콘텐츠 제작의 실제』, 북코리아



책을 펴내며



  한국향토문화전자대전 편찬 사업은 우리나라 곳곳에 산재한 유무형의 문화 자원이 그 지역문화의 고유한 문맥 속에서 이해되고 활용되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. 지리, 역사, 인물, 산업, 행정, 예술, 교육, 민속 등 다방면의 지식 요소들을 망라하여 수집·정리하되 각 지역 주민들이 품고 있는 ‘내 고장’이라는 의식에 부합함으로써 문화적 정체성이 확립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. 이러한 취지에서 한국향토문화전자대전의 콘텐츠 제작은 사전 편찬이나 정보 기술 전문가뿐 아니라 현지 사정에 밝은 지역문화 연구자들의 폭넓은 참여를 지향하였으며, 실제로 한 지역의 문화대전이 만들어질 때마다 수많은 지역문화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편찬 조직을 구성하였다.

  편찬 체제의 이러한 특성 때문에 다수의 제작 참여자들이 공통적으로 준수해야 할 지침을 제정하고 교육하는 것이 중요한 과업 중의 하나가 되었다. 한국향토문화전자대전 콘텐츠 제작의 모든 과정에 걸쳐 개개인의 노력을 하나의 통일된 틀 안에 결집시키는 일이 필요하게 된 것이다. 지난 7년간 한국학중앙연구원의 연구진들은 30여 개 시·군의 전자문화대전을 편찬·간행해 왔다. 더불어 이 대형 공동 저작물이 형식적 통일성을 이루어내어 디지털 지식 정보로서 상호운영성을 갖도록 하는 연구를 병행해 왔다. 이 책에 그와 같은 편찬 프레임워크 개발의 성과를 담았다.

  이 책은 다섯 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. 제Ⅰ장에서는 지역문화를 소재로 하는 디지털 백과사전이 목적하는 바와 그것을 이루어 내기 위한 편찬 체계와 과정을 소개하였고, 제Ⅱ장에서는 각 지역의 문화 지식 자원을 발굴하는 조사 연구 사업의 수행 방법을 안내하였다. 제Ⅲ장에는 지역문화 백과사전 기사가 갖추어야 할 요건과 집필의 노하우를 정리하였으며, 제Ⅳ장에서는 지역문화의 현장을 생동감 있게 전달할 수 있는 시청각 자료의 편찬 방향과 제작 방법을 다루었다. 제Ⅴ장의 내용은 지역민들의 일상의 모습과 그들의 이야기 속에서 그 지역문화의 고유한 특색을 엿볼 수 있게 하는 디지털 마을지의 제작 방법이다.

  독자의 입장에서 본다면, 앞서 간행된 『지역문화와 디지털 콘텐츠』는 지역문화 콘텐츠 제작의 입문서로 활용될 수 있는 반면, 이 책 『지역문화 콘텐츠 제작의 실제』는 콘텐츠 제작의 실무 매뉴얼로 활용될 수 있으리라 본다. 이들 책이 모두 한국향토문화전자대전 편찬 사업의 연구 결과물로서 얻어진 것이지만, 그 활용의 폭은 인문지식을 기반으로 하는 디지털 콘텐츠의 제작 전반으로 넓혀질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.

  저자들은 이 책이 여러 해에 걸친 현장 경험을 통해 축적된 지식을 정리한 것이라는 데에 자부심을 느낀다. 우리 사회에 문화 콘텐츠에 관한 갖가지 담론이 무성하지만 구체적인 결과물을 만들어 내고 그 실효성을 입증한 편찬 사업의 운영 사례를 고스란히 보여 주는 저작물은 드물기 때문이다. 단, 이 책은 지역문화 콘텐츠가 어떠한 지식을 담아야 할 것인가라는 문제보다 다양한 지식의 외형적 표준화를 어떻게 이루어 낼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었다. 그렇기 때문에 실제의 콘텐츠 제작에서 이 책의 지침에만 얽매이고 그 속에 담길 내용의 창신성(創新性)을 소홀히 한다면 그 결과물은 비슷비슷해 보이는 단편적 사실의 나열에 그칠 위험성이 있다. 백과사전과 같은 대형 저작물, 특히 디지털 환경에서의 운영을 목표로 하는 콘텐츠에 있어서 표준적인 프레임워크의 도입이 절대적인 요건이지만, 콘텐츠의 생명은 그 지식의 수준을 제고하고자 하는 인문 정신에 의해 유지된다고 하는 사실을 저자들은 잊지 않고 있으며, 이를 위한 연구 노력도 게을리하지 않을 것임을 약속드린다.

  이 책의 완성에는 한국학중앙연구원의 연구진뿐 아니라 편찬 사업에 참여한 수많은 관계자들의 큰 기여가 있었음을 밝히고 그분들께 깊은 감사의 뜻을 전한다. 특히 우리의 편찬 체제가 미숙한 단계에 있을 때, 지역의 조사연구자, 집필자들이 그 문제점을 신랄하게 지적하고 개선을 촉구한 것들은 편찬 체제의 정비와 개선에 큰 도움이 되었다. 한국향토문화전자대전을 비롯한 한국학중앙연구원의 인문지식 디지털 콘텐츠 편찬은 실행과 검증, 반성과 개선을 통해 지속적으로 진화해 갈 것이며, 이를 위한 편찬 방법 연구도 더 나은 수준으로 발전할 것을 기대한다.


2009년 12월


저자를 대표하여 김 현